“등에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건망증 만큼 처치 곤란한 것도 드물다.
나이가 들어 건망증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젊은이들 중에도 매일 쓰는 물건을 자주 찾는다거나
금방 본 것도 내용을 잊어버려 애를 먹는 경우를 본다.
건망증은 뇌의 신피질의 신경세포가 차차 파괴되어서 나타나는 기억 장애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수적이 되는 것도 신피질의 신경세포가 파괴된 때문이고,
새로 경험한 것보다 옛 일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고피질이나 구피질은 별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뇌 외상이나 가스 중독 등, 뇌가 손상을 입었을 때도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의 건망증은 특히 손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뇌의 특별한 손상이 없이도 심리적인 원인 때문에 건망증이 생기기도 한다.
쓰라린 경험을 했을 때, 그 경험과 추억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이고, 또한 실제로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심각해지면 작화증(作話症)이라는 것으로 발전된다.
뇌가 많이 상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로서
전혀 없었던 일인데도 마치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되고,
또 그렇게 믿으면서 얘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야기(話)를 지어내는(作) 것이다.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기억에 없는 것들을 조작하는 증세이다.
이 증세는 의식이 뚜렷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 많지만,
자기가 어디 있는지,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기도 한다.
낯익은 일이나 얼굴들도 생소하게 느끼고(미시감 : 未視感),
반대로 처음 보는 것인데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기시감 : 旣視感)이 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정상인에게도 굉장히 피로할 때나 몹시 취했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기억하려 하고,
자기 뜻에 맞도록 사실을 꾸미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심한 건망증이나 작화 증세는 뇌 기능의 착오 현상이고 병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은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멀쩡한 사람이 능청을 떨며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악질적이고 고의적인 작화증’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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