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가 쓴 『송명신언행록』을 보면, 범순인(范純仁)이
제자들에게 말한 것에 이런 것이 있다.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꾸짖는 데는 밝고,
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자기를 용서할 때는 어둡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남을 꾸짖을 때의 눈으로 자기를 보고,
자기를 용서할 때의 눈으로 남을 보도록 하라.
항상 이것을 염두에 두면 성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도 없다.’
‘처지를 바꾸어 놓고 생각하라(역지사지:易地思之)’의
경지를 생활화하면, 성현의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야 성현의 경지를 넘보기는 어렵지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수는 있는 일이다.
범순인은 또 이런 말도 했다.
“내가 평생을 통해 배운 것은 충(忠:충성, 성실)과 서(恕:용서) 두 글자뿐이다.
이것은 평생을 두고 써도 부족함이 없다.”
나폴레옹은 오만하게
“나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말이 없다.”고 했는데,
범순인은 겸손하게
“나의 사전에는 충과 서 두 글자만 있다.”고 한 셈이다.
충과 서에 대해서는 일찍이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가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말을 풀이한 데에도 나온다.
공자가 '나의 도(道)는 하나를 가지고 관철하고 있다' 했는데,
다른 제자들이 뜻을 모르자 증자가 설명했다.
'선생님의 도는 충과 서에 있다.'
충(忠)은 중(中)과 심(心)의 합자로서 자기 마음 속으로
성의를 다하는 충실(거짓없는 마음)을 뜻하는데,
주자는 논어를 해설하면서 충은 자기를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의 합자로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기 마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다.
남을 꾸짖는 데만 밝고 자기의 잘못은 무조건 눈감아 버리려는
인간의 공통된 병폐는 모두가 거짓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니까,
충(忠)과 서(恕)로써 무장하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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