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에 출간된 이코노미스트  잡지에서 흥미로운 그림을 발견하여
옮겨봅니다.

"서두에 구구절절한 삶의 모습이 주는 감동"  이라고 되어있고 장르화, 서민출신
화가들의 일상을 담은 서양 풍속화.. 삶의 진실과 비극성이 동시에 드러낸
" 마지막 장르" 라고 적혀있네요..

운영자가  이 글과 그림에 주목하는 까닭은 화폭속에 담긴 그림가운데 마이헌팅에서
다루고 있는 수렵의 의미를 매우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림설명과 함께 여러분도 한번 감상해 보세요..
서양의 장르화라는건 우리 전통회화의 장르구분에 따라 이름을 붙이면 풍속화 정도쯤
된다구 하네요.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장르화라는 이름은 18세기에 이르면 유럽
에서 널리 애용되게 된다.
그러나 장르화의 경향 자체는 그 이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시기의 대표적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 16세기 플랑드르 사람이 피터 브뤼겔(1525~69)
이다.
브뤼겔이 그린 "스케이트 타는 겨울풍경과 새덫"은 옛날 플랑드르 농촌의 생활정경을
무척이나 포근하게 잘 묘사한 걸작이다.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의 아름다운 설경처럼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데가 있는 작품
인데, 그러나 그림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같은 포근함과 설렘 뒤로 삶의
냉혹함 또한 생생히 표현되어 있다.
바로 이런 리얼리티가 장르화가 주는 매력이다.

그림을 보자 화면 왼편으로 얼어붙은 개울에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거나 팽이를
치고있다.
아련히 멀어지는 동네의 모습과 잿빛 하늘을 나는 한 쌍의 새도 이 한가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이런 평화의 표정들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가 늘 체험하듯 세상은 우리에게 우호적이기만 한 곳은 아니다.
그림 맨 오른쪽 아랫부분을 보면 나무와 덤불 사이로 새덫이 눈에띈다.
덫을 놓아 새를 잡는 것이야 시골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겠지만 , 목숨을 빼앗길 처지에
있는 새들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 평화로운 풍경이 새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인 셈이다. 바로 그 그림자를 통해 브뤼겔은 우리에게 말한다.
사람의 운명도 이 새들의 운명과 다를게 전혀 없다고..
스케이트를 타던 아이가 언제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오늘
멀쩡하게 새를 잡던 사람이 내일 사냥에 나섰다가 사나운 야수의 희생물이 되거나
동료의 화살에 잘못 맞을 수 있다.
수없이 덫에 걸리는 새들을 어리석다고 비웃기 전에 인생 또한 얼마나 현명하게 사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빈틈이 있고 모자란데가 있는 법. 그  누구도 남의 어리석음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브뤼겔은 바로 그런 시각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