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은 당신께

생명이란 아름답습니다.

얼마를 살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어서 그런 때문인지.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체는

그저 곱게만 보입니다.

세상사는 기약도 할 수 없어요.

하늘에 밝은 빛이 내려와

찬란한 누리를 음영으로 가르듯이

제 각기 삶의 흐름대로

하루하루를 선택하는 기쁨 때문일는지?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따스한 봄볕이 들던 날

보슬거리던 흙을 살며시 뚫고

파란 하늘을 응시하며

기적을 일구어낸 푸른 새싹이

연일 비가 내리고

검은 구름이 산을 덮어

폭풍이 부는 언덕 아래로

흐르던 강물이 갈 곳을 몰라

새싹위로 흘러갑니다.

봄 위로 여름이 가고

새싹위로 강물도 흘러갑니다.

한 갗 잊었던 순간 속에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자유를

“조화다”라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병아리를 부화시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제법 먹이도 잘 쪼아 먹고

엄마도 아빠도 모른 체

또래의 즐거움으로 며칠이 더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습한 구석에 한 녀석이

먹이도 쪼지 않은 체

날개를 늘어트리고 망연히

석양 놀을 흘려보냅니다.

참을 수 없는 가엾음에

며칠 째 아기처럼

뾰쪽한 입속으로 사료를

강제로 부어 넣고

항생제 탄 물도 먹여 줍니다.

아침 해가 뜨고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안락사와 자연사의 갈림길에서

짙게 드리운 장막을 뚫고

한줄기 서광을 비쳐줍니다.

매일 하얀 분변만

얄궂게 뿌려대던 녀석에게

어느 뉘가 전해 준

정로환 한 알

생명을 가르듯 네 쪽으로 나누어

그 한 조각

먹이고

지쳐버린 녀석을

오늘 밤이 마지막이겠다 싶어

박스에 넣고

조용한 창고에서 따로

갈 길을 잘 선택하라 했는데.

다음날 아침

이 녀석 마마는

베토벤 운명을 듣고 낳았었고

이 녀석은 BTS에 춤과 노래를 부르려는 듯

울먹이는 나에게 기적처럼 눈인사를 하고 있네요.

수많은 갈등 속에서

연명치료냐? 자연사냐?

그대가 하늘이라면 구름 위로.

그대가 땅이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