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하늘이 부풀어요.

솜털 구름 하얗게 피어오르고

꿈들이 정황 없이 떠도는

한 시절 나그네의 잃어버린 날들이

또다시 몽실 거리며

개꿈에 속아버린

자신을 들추어 보네요.

무엇을 향하여

공간 속에 갇힌 허영을

그토록 잔인하게

짓이겨 놓고

실물인 것처럼

죄스러워하는지.

한 발짝 앞으로 가고

뒤돌아서 그 길을 다시 보면

항상 새 길처럼

밝고 아름다웠던 그 길이

어쩐지 점점 빛을 잃고

알 수 없이 어두워지네요.

삶이란 것이

금석맹약으로 이루어진

달곰한 언약 같지만

실은 아무런 맛도 없이

그 대가만 호되게 치러야 하는

불평등한 계약들이라서.

개들은 매달

이십만 원씩 먹어 치웁니다.

맛이 있어 먹는 건지

맛이 없어도 그냥 먹는 건지

알 수 없어

멍하니 쳐다보니

반은 먹고 반은 버리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는

밥이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반찬이라도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온다면 몰라도

성깔머리 나쁜 녀석이

밥투정만 달고 살았으니

개는(게네들은)

딸랑 한 가지

딱딱하고 거친 사료

찬이라야

냉수가 유일한 반려

투정일랑

목줄에 채인 밥그릇이

미련 없이

엎어지는 이유랄 겁니다.

무슨 욕이랄 게 없습니다.

들어 줄 개도 없고

들어서 기분이 좋아질 리도 없어

쏟아진 먹이를

대강 쓸어 담아

닭장에 다시 내던집니다.

오장육부를 드러내며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번 돈으로

이유 없이 땅속을

더럽혀서는 안 되지!

아버님이

가르쳐 주셨지.

그 옛날

치 깐이 곡간을 채운다고

나는 지금 곡간을 넓히기 위하여

이십 만 원어치

곡식을 장만하려 합니다.

아무리 비싼 밥을 먹어도

아래로 나오는 건

똑같이 나오지

어떻게 금싸라기라도

떨어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