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산맥이 지나 갑니다.

높은 곳에서도 경쟁하듯 내려앉았다가 일어서고

일어섰다가 다시 주저앉아 하늘 끝을 바라보는 눈이 아련합니다.

누가 산맥을 용이라 했는지

구불거리는 산이 마치 살아있는 상상의 용처럼

세속을 떠나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시작도 없이 끝도 없이 달려만 갑니다.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옷 속을 파고들던 매섭던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며 먼 옛 날 누이의 속 얼굴을 떠오르게 합니다.

밀가루 같은 하얀 분을 바르던 누이

항상 가슴을 뛰게 하고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하던 그 향기도 그 모습도 그립습니다.

내 머리가 하해지고

얼굴 위에 이름 모를 골 길로 삶이 힘들어 질 때

산천은 거침없이 바뀌고 세월도 무심하게 사람을 버리려 하네요.

바람이 일어납니다.

골 사이 어디에서 왔는지

허무를 휘어감은 마른 잎이 너울거리며 산 등걸위의 나를 뒤돌아보게 합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산도 헐벗기 우고 돈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마지막 유일무이한 자산인 산을 빈산으로 만들려는 속셈이 무엇인지.

그것이

한없는 욕심과

끝을 모르는 욕망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간 스스로 느낄 기회가 언제 쯤 돌아올는지.

푸른 잎은 색깔을 잃어버리고

붉게 타오르다가 연민의 정을 피우며

맑게 자연이 되어 흩어지지만,

올 봄 피어나는 저 진달래 되어 온 산으로 다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