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찾아 갑니다.

세 마리 견과 함께 가는 산은

여느 사람이 갔던 길을 따라 황망히 잊고 간 자취를

더듬으며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떠올리려 합니다.

산은 어찌하여 여기 있으며

풀과 나무는 어떻게 바람의 깊이를 느끼고

행복과 기쁨을 흔들림으로 예쁘게 표현하는지

한 여름 긴 더위에 그늘 밑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보는데

이름 모를 산유화가 와그르 꽃잎을 쏟아 냅니다.

발끝에 차이는 낙엽

낙엽은 이름을 남기지 않고

풀잎은 이파리로 자신의 얼굴을 들고

숲길의 작은 소망으로 산을 채웁니다.

삭정이는 분별없이

바르게 가는 길을 어지럽히고

오갈 길 모르는 벌레들은

짐승과 인간을 분별하지 못하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물체에 무작정 따라 붙습니다.

작정하고 찾은 산

산길은 낯익었지만, 언제나 새롭고

가면 갈수록 새록새록 정이 드는 길에

오늘은 담쟁이가 새로운 또 하나 멋진 그림을 그렸네요.

살아가면서

수 없이 앞을 가로 막던 벽

냉엄한 벽은 앞을 막으면

야멸치게 뒤도 돌아볼 수 없게 만들고

수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무얼 찾아 헤매고 다녔던 가

이제 그 발자국에 담겨 있던 시간을 찾아

하만은 설움을 보내고 나를 달래려 합니다.

견은 저 멀리 있고

포수인 나는 엽총을 들고

산 속을 두리번거립니다.

멧돼지는 냄새를 감추고 멀리 있나 봅니다.

사실 멧돼지를 잡으면

뭐가 좋으며

견이 입을 크게 벌리고 짖어대면

가슴이 왜 벌렁대는지

멧돼지 잡는 날은

온 동네 잔칫날

술판이 차려지고

공술에 고기 안주는

숨겨졌던 동네 비밀이 모두 다 탄로 나고.

얽혀졌던 감정들이

정겨워 아름다움으로 변해가고

비밀 많던 세상은

힘겨웠던 삶의 활력소가 되어

밝은 동네로 만들지 않았던가.

멧돼지 한 마리 잡아야지

시장거리에서 웃음을 파는 그런 놈으로

돼지 열병에 걸린 놈은 안 되지

이빨을 드러낸 놈도 안 되고

예쁘게 웃던 놈이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