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늘은 유달리 하늘이 푸릅니다.
만추지절에 아니 입동이 지났으니 겨울에 문턱에 서서 우리 회원님들
강녕들 하시고 각기 준비하셨던 취미생활의 진수를 마음껏 누리실 날을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지 괜스레 내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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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사이에 숨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던 장끼 한 마리 자신이 잘 숨어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 다고 세상이 좁은 줄로만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잠시 뒤 견의 후각에 동동거렸고 조그만 갈잎소리 하나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도 한 순간 사상누각의 실상이 그토록 허무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사이 없이 허공을 돌아 맥없이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어쩜,
땅 위의 산림 속.
이루지도 못할 제왕을 꿈꾸던 멧돼지
늠름한 위엄을 체 갖추기 전에
대등 줄기 밑에서 보이지 않는 나무줄기 사이로 견 몇 마리가 짖어댑니다.
아침상을 막 받아들던 멧돼지
견에 화들짝 놀라 가슴을 졸이며 계곡 아래 깊은 골짜기를 뛰어 넘는데
맛있던 조찬의 향기가 뒷덜미를 잡아당기며 아직도 혀끝을 자극하는데 이렇게 줄행랑을 쳐야 하는 슬픔은 제왕도 한갓 민초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나 봅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다시 한 번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무런 건더기도 없을 하늘 속에서 내가 찾아야할 명분은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아무도 답변하기를 꺼려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면 골치 아픈 일이지만,
욕심은 내면 살생이고 욕심이 없으면 상생이며
생사를 넘나드는 호연지기가 김장 김치처럼 숙성되어 인생의 밥상위에 참맛을 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줄곧 엽장을 거르지 않고
무슨 정성으로 그렇게 다녔는지 알 수 없지만, 한 해 한 해가 다른 것은
나 자신이 늙어 간 다기 보담 무언인가는 내 마음 속에서 또 다른 무엇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얄팍한 속셈으로
두 눈을 뜨면 장사꾼이 되고,
너무 욕심을 부리면 자칫 실수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
성숙한 엽사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여 봅니다.
회원님들께 “파이팅”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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