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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정치인들도 군중의 박수 소리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잘못한 것을 잘했다고 부추기는 건 아부지 칭찬이 아니다. 자신 없고 어리석은 군주일수록 스스로 미화해 위안을 얻는다. 한(漢) 환제처럼 우둔한 황제는 "내가 어떤 황제지?"라며 신하에게 아첨을 요구했다. 오랑캐에게 국토를 대부분 빼앗긴 송(宋) 고종은 궁 안에 밭 두 뙈기를 만들어 놓고는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는 농민의 고통을 안다고 자랑했다. 말도 안 되는 자랑에 신하들은 "역대 제왕 누구도 폐하를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치켜세워야 했다.
아무리 나라님이라도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도록 하는 게 충신이건만 권력자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참지 못한다. 명(明) 태조는 창위(廠衛)라는 비밀경찰조직까지 운용했다. 어느 날 그는 송염이란 관리에게 "어제 누구를 초대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고 물었다. 송염이 소상히 아뢰자 그는 "경은 짐을 속이지 않는구나"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내민 그림에는 술자리의 좌석 배치까지 정확히 그려져 있었다. 송염은 혼비백산했다. 흰 가죽신을 신은 창위는 대신은 물론 일반 백성까지 감시했다. 거슬리는 말을 하는 사람은 예사로 죽여버리니 백성들은 흰 가죽신만 봐도 벌벌 떨었다.
당(唐)의 무측천은 구리로 만든 밀고함을 장안에 설치했고, 청(淸)의 옹정제도 거미줄 같은 감시 체계로 관리들의 언동을 통제했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간신들의 보복은 더 잔인하다. 자신의 비리가 황제의 귀에 들어갈까 두려운 때문이다. 명(明) 천계제 시절 네 남자가 모여 술을 마셨다. 한 사람이 거나하게 취해 위충현의 횡포를 비난했다. 그때 갑자기 사내들이 들이닥쳐 끌고 갔다. 위충현은 불량배 출신으로 천계제의 유모와 음란한 관계를 맺어 권력을 틀어쥔 환관이다. 그는 욕을 한 사람의 가죽을 벗겨 죽여버렸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안기부 정보는 아들 현철씨에게 먼저 보고됐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그의 전횡을 보고하면 곧바로 현철씨가 전화로 경고한다는 말이 퍼졌다. 당시 박관용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상범 경호실장이 잘린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쫓겨난 이유 중 하나가 "철없는 386이 나라를 망친다"고 비난한 것이라고 한다.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비하한 외교관이 인사조치당한 적도 있다. 정치사찰은 없어졌다지만 코드에 맞지 않는 발언은 여전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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