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에 강원도 관찰사에 이어 함경도 장관까지 지낸 이규완(李圭完)이란 분이 있었다.
어느날 손녀가 당시로는 귀한 다알리아를 구해다 마당 한편에 심고 있었다.
이를 본 그가 손녀에게 물었다.
애야 그게 무엇인고?
다알리아란 꽃인데요.
그게 자라면 열매가 열고 먹을 수 있느냐?
아닌데요
그러면 잎이나 줄기는 먹을 수 있느냐?
아닌데요.
그렇다면 뿌리는 어떠냐, 먹을 수 있겠지?
아닌데요.
뭐라? 그런 걸 왜 그렇게 애써 심고 가꾸느냐. 당장 뽑아버려라.
꽃이 예쁘고 귀한 거라서....
답변하는 손녀에게 말했다.
보는 것 만이라면 눈 만 피곤하지 않겠느냐. 정 가꾸고 싶다면
한포기만 심거라라는 말을 했다한다.
호박과 장미 그리고 다알리아를 생각하며 이규완을 떠오른다.
그는 실리적이었고 근면 하였으며 기인이라 할 만큼
삶의 정신이 철저한 사람으로 전해지고 있다.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에서 주인공 신데렐라가 궁전 무도회장에 타고 간
마차는 요술할멈이 호박으로 만들었다.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의 큰 축제 가운데 하나인 할로윈데이의 주제는 호박이다.
미국에서도 호박은 팜프킨이라 하여 주요 별미의 재료로 대우받고 있다.
어려운 시절,
여름 깡보리밥에 입맛을 잃고 있을 때 첫 애호박을 따다 넙적넙적하게 썰어
들기름에 살짝 볶은 게 상에 올라 오면 잃었든 입맛이 돌아오고
비오는 날 이것을 가지고 채 썰어 부침개를 부치면 먹어도 먹어도 한 없이 먹혔다.
우리 고장에서는 여름 강에서 잡은 잡고기를 가지고 매운탕을 끓일 때
비린내를 가시게 하는데 호박을 넣고 추어탕에도 잎과 같이 넣어 끊인다.
연한 호박잎이나 맺힌지 얼마 되지 않은 수꽃을 따서 살짝 데치거나 쪄 쌈장아니면
된장에 찍어 싸 먹으면 이 또한 좋은 찬이 되었다.
애호박은 주로 반찬거리로 쓰이지만 늙은 호박도 그 것 대로 쓸모가 있다.
떡과 죽의 재료로 쓰이는데 시대가 바뀌었어도 수요는 늘고 있는 것 같다.
호박은 가꾸기가 까다롭지 않다.
지나친 그늘과 가뭄드는 곳을 피하여 넓고 깊이 파 밑걸음만 충분히 넣어주면 된다.
농약을 칠 필요도 없고 다른 채소인 참외나 수박처럼 순을 잡아주지 않아도 된다.
어릴적에 한 두차례 잡초만 뽑아주고 넝쿨 방향만 잡아주면 된다.
다만 일정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않된다.
넝쿨이 벋어 너른 공간을 덮기 때문이다.
너무 늦게 심으면 만족할 만 한 첫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여름 더위에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 때가 돼야 제대로 열기 시작하여 영양 만 충분하면
첫서리 내리기 직전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지금이야 서리 맞은 호박을 그냥 방치하지만 전에는 호박은 물론 넝쿨까지 걷어
볏집과 함께 썰어 쇠먹이로 썼다.
호박은 다른 작물에 비해 수확량이 많고 수확기도 길다.
구덩이 열 개만 파서 심으면 남아 돌아 도시 사는 지인들에게 인심 쓰기에 좋은 작물이다.
어쩌다 보니 호박 예찬론자처럼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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