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다 가는 5월의 마지막 휴일이다.

오전에 호박을 모종했다.

일전에 어머니께서 손수 기른 호박모를 주셨었다.

일회용 검정 비닐포트에 두세 포기 씩 길렀고 떡잎을 밑으로

막 속잎이 올라오는 크기의 호박 모였다.

그간 아내는 어디라도 심어보자 했지만 게으른 나는

아내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고 있었다.

지난 저녁부터 비가 내리자 아내는 아침밥 먹자마자 설거지 할 생각은 않고

삽을 들고 나섰다.

봉사(蜂舍) 주위 살이 깊은 곳을 찾아 자란 봄풀을 대충 낫으로 치고 삽으로

깊게 흙을 파 엎어 조심스럽게 포트에서 모를 빼내 구덩이에 얕게 심었다.

흔히들 못생긴 여자를 보고 호박꽃이라 한다.

반면 이쁘고 섹시한 여자를 보고는 장미꽃으로 비유한다.

나는 이를 대단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호박꽃이 뭐 어떻단 말인가!

장미꽃?

호박꽃에 비하여 보기에 이쁘기는 하다.

그러나 이쁘고 향은 짙을 지라도 화분(花粉)이나 꿀은 없다.

그런 장미꽃에 벌이 찾아들지 않는다.

호박꽃은 화분과 꿀이 풍부하다.

호박꽃은 꿀벌들이 즐겨 찾고 앉으면 화분과 꿀을 만족 할 만큼 얻을 수 있다.

꿀샘이 좀 깊기는 하지만 그것이 많은 꿀벌이 찾게 되는 요인이다.

호박꽃 한 송이에 여러 마리의 벌들이 앉아 화분 투성이 되어 수밀(收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겉만 화려한 장미꽃같은 여자와 속이 깊어 삶에 유익을 주는 호박꽃같은 여자로 생각할 수 있겠다.

장미꽃?

화무십일홍이란 말에 따라 꽃피고 열흘 되어 찾아보라.

장미꽃의 이면을 보게 될 것이다.

시든 꽃이 그대로 꽃대에 말라붙어 있어 추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호박꽃은 수정이 끝나면 그대로 낙화하여 깔끔한 모습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한창 때는 물론 늙어서도 추한 모습을 보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미꽃?

열매가 없다.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장미에서 열매를 ��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애초부터 장미는 열매가 없는 꽃이다.

호박꽃은 어떤가?

큼직한 열매, 호박이 암꽃마다에 열려, 심고 가꾼 이에게 보람과 즐거움을 준다.

이래도 호박꽃을 천시(淺視)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