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 적 어쩌다 개주란 말을 쓸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이 말이 어느때 부터인지 모르지만 사라졌다.

구슬치기하다 구슬이 얼토당토한 데로 굴러갔을 때

개주갔다 했고

부모의 허락을 받지않고 일하기 싫어 객지로 도망쳐 나가면

또한 이 말을 쓰고는 했다.

아무개 아무개가 개주갔다더라 란 말이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렸다.

나도 이 개주란 걸 갔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 삼년 지났을 때니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이다.

일하기도 싫었지만 넓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의미의 체로 치지않고 객지를 개주로

통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쨋든 서울로 갔다.

한동안 이리저리 방황하다 양봉을 치는 전직 군(軍)출신의

김정규란 이의 벌을 관리하는 데 몸을 던졌다.

가평의 임초리란 마을에서 밤꿀을 따고

밤꽃 지자마자 신철원의 신수리와 마수리의

중간쯤 되는 싸릿재로 벌을 옮겼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싸리꿀을 딸 수 있었는 데

숲을 불태워 화전을 일구어 농사하다

거름성분이 고갈되면 그냥 버려 묵혔다.

그런 곳에는 싸리가 자라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고

간간히 군부대 부근에 잡목을 베어낸 자리가 있어

역시 싸리꽃이 많이 피었다.

임금은 아예 바라지 않았다.

다만 보리쌀 한 톨 섞이지 않은 쌀밥을

배불리 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

봉주(蜂主) 김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기에

어린 내가 천막생활을 하며 벌을 관리했다.

지금이라면 우습기만 한 50통 안팎의 벌이었다.

무료한 나날을 천막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날 한 늙은이가 찾아들었다.

늙은이는 심마니였다.

땀에 쩔어 가까이 앉기가 거북할만큼

역한 몸내음이 풍겼다.

몇날 며칠을 씻지않았는지 얼굴과 목에

땟국물 자국이 얼룩져있었다.

그런 늙은이었지만 사람 만나기가 비오는 날

별보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기에

진한 꿀물을 타 내고 라면이긴 하지만

점심까지 대접했다.

늙은이는 심마니생활에서 얻은

많은 얘기들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 가운데 일찌기 들어보지 못했든 얘기를 했다.

동자삼,

동자삼 얘기를 했다.

​

늙은이 자신도 캐보지 못한 것은 물론

보지도 못했다 했다.

다만 심마니들 세계에서

입으로만 전해내려온다 했다.

산삼이기는 하지만 일반 산삼과 달리

신령이 관리하는 삼으로

범인(凡人)들은 꿈에서도 볼 수 없다.

심마니들은 꿈을 대단히 중요시 하는 데

꿈에 신령의 계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자삼은 자리이동까지 한다고 했다.

만약 산불이 나 동자삼의 자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