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열 배 스므 배의 힘이 솟구쳤다.

인삼의 효력을 체험한 장끼는 옥황상제 앞에 바쳐야 할

인삼을 캐는 족족 모두 삼켜 버렸다.

장끼는 천상에 올라갈 수 없게 되었다.

아예 지상에 주저앉아 버렸다.

시일 지나고 해가 바뀌었는 데도 심부름 간 장끼가

천상으로 올라오지 않자 옥황상제는 노했다.

이놈, 장끼야!

호통을 쳤다.

기겁을 한 장끼는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캐거당 캐거당 캐거당"

지금도 어쩌다 땅이 흔들리고 공기가 진동할 때가 있다.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장끼에겐 이게 옥황상제의 호통인 것이다.

그럴 땐 장끼가 혼비백산하여 외치는 소리가 있다.

"캐거당, 캐거당, 캐거당"이다.

이 "캐거당"은 캐거든의 나 사는 금산지방의 방언이다.

여지껏 인삼을 캐지 못했으니 캐거든 가져가겠다는

기겁을 하며 소리치는 장끼의 변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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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은 금산에서 골칫거리다.

인삼밭에 들어가 인삼뿌리를 마냥 파먹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산에서는 꿩이 멧돼지나 고라니, 멧토끼를 제치고

유해조수로써 첫손가락에 위치한다.

요즘에야 나이론실로 짠 그믈망이 나와 인삼포 전체를 덮어

씌우면 그만 이지만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 어릴적에는 학교갔다 집에 오면 인삼밭으로 꿩 쫓으러

달려가야 했고 여름방학 되면 인삼포 귀퉁이에 초막을 지어놓고

조반수저 놓자마자 찾아가 종일 지켜야만 했다.

잠간 눈 떼면 한여름 시원한 차광망 아래 꿩들이 자리잡고

눌러앉아 양껏 인삼 파먹으며 애써 농사한 인삼밭을 결딴내 버린다.

지금도 꿩은 호시탐탐 인삼 파먹으러 노리고 있다.

어쩌다 그믈망에 작은 구멍이나 틈만 있으면 귀신같이 뚫고 들어가

무차별 인삼뿌리를 쪼아먹어 삽시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내 생각이지만 금산 꿩들은 이래 인삼을 먹었기에 약효를 품고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나 이상으로 사냥 좋아했든 아저씨 한 분이

우리마을에 있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고 그 아저씨 한 말이 기억난다.

인삼 많이 먹은 장끼는 매를 대적할 수 있다고 했다.

매가 발톱으로 낚으려 하면 장끼는 등 쪽을 지면에 대고

발톱을 휘둘러 방어한다는 것이다.

이제, 장끼는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숨어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꽉 절은 덤불밑을 빠져 다니며 생활하고 후미진 갈대밭 아래

음침한 곳에서 잠자리를 한다.

놀라 황망하고 위급할라치면 머리만 쳐박고 나 죽었소 한다.

이게 다 옥황상제의 명을 지키지 못하고 죄를 얻은 탓이다.

이런 장끼지만 오늘날까지 인삼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못된 놈 장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