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후 늦게 어둠 내리면서 미친듯이 바람불더니
물기 머금은 나뭇잎이나 풀줄기에서는 볼 수 없었는데
차 유리창을 닦으려니 얇은 얼음조각들이 밀려났다.
취나물잎새 크기 얼음조각 하나를 들고 하우스로 들어가
얼음 조각을 열기 식지 않은 난로위에 놓자 치직 소리 내고는
아내와 나는 같은 순간에 놀라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것들, 갓 심은 채소모종들이 냉해를 입지 않았나
입안에 들어가면 화끈하게 매운 청양고추 20포기
가지 5포기, 오이 20포기, 마디호박 2포기,
토마토는 아내와 나 둘 다 좋아하다 보니 많이 심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반 토마토는 10포기를 심었다.
완두콩은 한 뼘이나 자라 앙증맞은 연초록 잎 사이에서
강낭콩도 떡잎 위에 속잎을 펼쳐 우리도 여기 있소 하고 있다.
대파도 꽃대가 서서 봉오리가 터져 햇살 퍼지면
땅콩은 심은 지 열흘 가까이 됐는데 소식이 없다.
이것들이 주인이 게으르니 즤네도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닌지!
사람 사귀기 좋아하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내게 오는 사람이라면 탁배기 두 병이면 된다.
평소에 탁배기 병이 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조반 수저를 놓고도 물 컵으로 한 잔을 마실 정도다.
나를 찾은 손님에게 내가 대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벌통에서 나오는 것과 내가 손수 농사한 이러한 채소들이다.
젊었을 적에는 여름이면 물고기 손 걸어(거하게의 우리
지방 사투리다) 매운탕을 끊여 대접했고
겨울이면 집안에 갖가지 산짐승 고기 떨어지지 않아 골라가며
어느 때든, 누구든 오면 바로 보는 앞에서 농사한 것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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