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찌란 게 있다.

버찌란 벚나무 열매를 말한다.

4월 중순쯤에 개화한 벚꽃은 열매가 맺혀 한 달 남짓 지나면

메주콩 크기로 자라 처음엔 파랗다가 이내 까맣게 익는다.

이 버찌가 야생동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먹이가 된다.

새들은 물론이고 겨울나는 동안 체내의 지방이 다 소진 돼버린

다람쥐나 철설모, 보다 큰 너구리와 오소리가 배를 채우고 때로

멧돼지까지 이 버찌로 입맛을 살린다.

그럴 밖에 없는 것이 산야의 열매 가운데 첫 열매가 버찌이기 때문이다.

​

오래 전 얘기다.

아마 60년 가까이 됐을 것이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때는 뭐든 먹을 게 있어 입 안에 넣는다 면 다 좋았다.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산에 나무하러 갔다.

고픈 배 달래고 마른 목 축일까 하여

잘 익은 버찌를 따먹어 보았다.

맛이 괜찮았다.

지금이야 한 말을 준다해도 쓰디 쓴 그 맛에 입에 대지 않겠지만

그땐 입에 넣을 만 했다.

며칠지나 공휴일에 동생들과 그곳을 찾았다.

버찌 따먹으러 가자는 내 말에 당시 초등학생있었든 아래 두 동생과

사촌동생까지 합하여 네 사람이 먼 거리의 나뭇길에 따라 나선 것이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넌 후 산길로 십리길 더 되는 거리였다.

큰산인지라 벚나무는 많았다.

각자 흩어져 이나무 저나무 올라 버찌를 따먹어 보니

나무마다 약간 씩 맛이 달랐다.

그 가운데 한 나무의 버찌가 유난히 맛이 달았다.

버찌맛이 달다는 말에 모두가 그 한 나무에 올라 붙어 따먹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라서 내 바로 아랫동생이 나무에 오르지 못했다.

나를 비롯한 셋이서 연신 맛있다는 말을 하며 정신없이 따먹고 있을 때

갑자기 우리가 올라있는 나무가 울리고 흔들렸다.

깜짝놀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나무에 오르지 못한 동생이 나무 밑둥을

도끼로 찍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안돼"

안된다고 내가 소리쳤지만 동생은 도끼질을 멈추지않았다.

성인 허벅지 굵기의 나무는 기울어지고 이내 우지직 소리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위험하다. 나무 꽉 잡아라."

산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다행히 작은 나무에 높지 않아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

"어째 우리사는 곳에는 벚나무가 없대요?"

얼마 전 아짐씨 하나가 내게 물은 말이다.

그렇다.

우리 사는 마을과 근동의 야산에는 벚나무 구경하기가 어렵다.

내 답변,

"우리 마을의 앞 뒷산과 보이는 모든 산들은 조림숲이라서 그렇답니다."

"산안리 벚꽃축제하는 데는 무지 벚꽃이 많던데요."

여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숲의 종류를 말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원시림이다.

전혀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숲이다.

다음으로 자연림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긴 했지만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숲이다.

마지막으로 인조림이다.

사람이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이 이에 속한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물론 대부분의 야산으로 둘러쳐진 이웃

마을들의 산은 오래 전 주민들이 나무를 심었고 지금은

그 나무들이 자라 푸른 숲이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