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태기와 미꾸라지는 전부터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다.

중태기의 이야기를 다 들은 미꾸라지는 가재에게 호감을 보였다.

일이 급속히 진전되어 마침내 둘, 가재와 미꾸라지가 맞선을 보게 되었다.

가재의 미꾸라지 향한 열정은 앞서 말했고 미꾸라지도 편안한 마음으로

가재를 만나게 되자 가재 못지않은 열정이 생겨났다.

좁은 둠벙 안에서 연약하게 산 처지인지라 가재의 단단하고 듬직한 몸매가

눈에 들어 왔고 무엇보다 철갑 가위손은 더 없이 믿음직해 보였다.

가재와 결혼하여 살면 어느 누구도 자신을 괴롭힌다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좋은 날 택하여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윗도랑 가재의 집,

큰 바위 아래로 굴 뚫고 단단한 돌 겨우 옮겨 침대 만들어 가재는

이미 신방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신방에 들어가는 신부는 몸을 떨었다.

처음에 가재는 첫날밤의 기대와 부끄러움에 그러려니 했다.

그게 아니었다.

태어나 진흙 뻘 속에서만 살아 온 미꾸라지가 이런 바위아래 깊은 굴속에

들어가게 되니 두려움 생겨 온 몸이 굳어지고 심장이 떨리는 것이다.

어쩌랴, 신부된 몸으로 가재가 이끄는 대로 할 수 밖에.....

하객들 다 떠난 둘만의 시간, 신랑은 신부를 어르듯 끌어안았다.

어허, 이럴 수가!

신랑의 팔에 신부가 안기지 않는 것이다.

신부가 안기지 않을려서가 아니라 안을 수 없는 것이다.

신부의 몸이 너무 미끄러워 도저히 안을 수 없는데다 살아오는 날 동안

매끄러운 환경에만 접하며 살아 왔기에 딱딱하고 돌기 투성이 신랑의

몸이 닿기만 하면 신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흠칫하고 경련을 하게 되고

그러면 겨우 잡았든 몸이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해야 할까?

삼일을 고민한 끝에 미꾸라지 신부가 조용히 가재 신랑에게 말했다.

나 살든 둠벙으로 가서 살아보자.

거기에 가면 어떤 길을 발견하고 열릴 수도 있을지 모르잖느냐.

미꾸라지 신부는 사실 가재의 집에서 하루도 살 수 없었다.

물이 맑고 얕은데다 깊고 어두운 바위굴 생활의 두려움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픈 마음이었다.

신부 사랑하는 가재는 그런 마음을 헤아려 신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결혼식 올리고 나흘째 되는 날 신랑신부는 윗도랑을 떠나

둠벙으로 신방을 옮겼다.

마찬가지였다.

달라질 게 없었다.

아니 더 상황은 악화 됐다고 할 수 있다.

고향집으로 옮겨오자 신부는 생기가 돌고 몸에 기름이 올라

더 미끄러워졌다;

거기에 흙 먼지까지 일어 둘 사이를 흐리게 했다.

맑은 물에서만 살아 온 가재는 둠벙 흙탕물에 잠기게 되니 숨이 막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침식을 잃고 맥없이 누워있는 신랑을 신부는 어떻게든 해보려 했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다.

삼일이 지났다.

가재가 미꾸라지에게 말했다.

"난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구려."

신부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윗도랑 신랑 집에서 살아 보았고 똑 같은 상황을

겪어 본 터였으니까.

둘은 서로 헤어졌다.

어렵고 힘들게 서로를 안고 입맞춤을 끝으로.......

ㅡ엊그제 모인 금강문학회에 처음 참석하고

주제가 미꾸라지라서 써 본 얘기다.

시간 주어진다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주인공을 2인칭으로 하여

다른 한 편의 글을 더 써 보고픈 마음이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