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참,

일의 결국이 그렇게 될 줄이야!

이야기인 즉슨

가재가 대처로 나와 세상 구경을 하게 되었다.

산골짝 윗도랑에 살든 가재가 벼르고 별러 결심을 하고

넓은 곳으로 나온 이유는 색시감을 찾기 위해서였다.

조실부모하고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낸 가재는

나이 더 들기 전에 장가들어 아들 딸 낳고

남들처럼 다복한 가정을 꾸며 볼 생각을

가슴에 품고 넓디 너른 큰 강으로 나온 것이다.

강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다.

물 흐르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물고기들은 자태 뽐내며 헤엄치고 있었다.

가재는 쬐꼬마한 눈 치켜 떠 그들 물고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맘에 드는 물고기가 없었다.

메기는 입이 너무 컷다.

가물치는 눈빛이 싫었다.

피라미는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행동이 너무

경망스러웠다.

모래무지는 게을러 보였다.

빠가사리는 가시가 맘에 들지 않았고

마자는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시간 두고 살피노라니

바람기가 다분해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부푼 가슴에 실망감만 채운 채 가재는 귀가 길에 올랐다.

바쁜 몸도 아닌지라 발걸음 서둘지 않고 이곳 구경 저곳 구경 하다 보니

어쩌다 논둠벙까지 이르르게 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둠벙을 먼저 한 바퀴 돌아 본 후에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있나 살펴보았다.

수면 바로 아래로 작은 송사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큰 강과 달리 논둠벙은 너무 조용했다.

이렇다 할 구경거리도 없었다.

이런 논둠벙을 떠나려 하는데 기척이 있었다.

보니 바닥 진흙 속에 몸을 묻은 채 머리만 살짝 내민 물고기가 있었다.

가재는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그리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그 물고기는 기겁을 하고 도망을 쳤다.

도망을 간 길을 따라 흙탕이 일었다.

잠시 흙탕물이 가라앉고 시야가 열리자 가재의 눈에

그 물고기의 자태가 들어났다.

아! 세상에 저렇게 멋진 물고기가 있을 수 있을까?

날씬한 몸매, 매끄러운 피부, 거기에 귀엽고 자그마한 머리를 한

물고기가 거기 있었다.

미꾸라지였다.

가재는 한 눈에 반했다.

뿅 간 것이다.

가재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미꾸라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 가재에게 미꾸라지는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자꾸만 도망을 쳤다.

끝내 미꾸라지는 가재의 눈에서 사라졌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가재는 둠벙을 떠나와야만 했다.

윗도랑 집에 돌아온 가재,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미꾸라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밥도 먹히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미꾸라지 향한 그리움에 시달리든 가재는

생각 끝에 아랫도랑의 중태기를 찾아 내려갔다.

중태기에게 그간의 일을 이야기 한 가재는 자신의 이런

심정을 둠벙에 사는 미꾸라지에게 전해 달라 말했다.

평소에도 오지랖 넓은 중태기는 즉시로 자리 떠나 미꾸라지를

찾아갔다.

미꾸라지를 앞에 두고 가재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