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왜 못살겠는 가 라는 말로 못을 박았다.

나이 더 들어 거동이 불편하고 눕는 날이 많아지자

제자들은 일하는 여자를 들여 곁에서 수발을 들게 했다.

멧토 과부였다.

​

송랑자 과부 겁간사건에 있어

금부도사는 송랑자의 제자라 해서 따로 재판관을 지명했다.

지명된 게 늑대였다..

늑대야말로 대쪽판관으로 결코 편향된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 누구나 없이 확신했다.

판관이 된 늑대는 그날로 죽을 지경이 되었다.

연락부절로 송랑자의 무죄를 내세우려는 제자들이 찾아 들었고

그보다 몇 배 많은 탄원서가 목전에 쌓여졌기 때문이다.

한말에 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리자 전국각지로부터

유생들이 운현궁 앞에 모여들어 불가를 부르짖고

탄원서가 된서리 맞은 감나무잎 지면에 떨어지듯 쌓이지않았던가!

송랑자사건도 이와 방불했다.

재판날이 되었다.

숲속나라가 세워진 이래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모인 유례가 없었다.

송랑자의 명성 때문이었을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그들 동물들은 생업을 잠시 놓고 재판을 구경하러 온 것이다.

재판은 대웅골(大熊谷)의 몇 백년 묵어 나이를 알 수 없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아래서 열렸다.

​

이윽고 늑대판관이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근데,

원고 멧토과부는 보이는 데 피고 송랑자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재판관은 사건의 내력을 좀 장황하게 읽어 내렸다.

재판은 진행되어 이내 피고의 변명(辯明)의 시간이 주어졌다.

조용했다.

짧지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피고 송랑자의 목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그 많은 숲속 동물들이 모였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늑대판관은 다시 피고는 변명을 해보라 했다.

동물들은 판관의 시선이 닿는 곳을 집중해 보았다.

거기,

쬐꼬만 동물하나 있었다.

어찌나 작은 몸집인지 도토리깍지 뒤집어 놓고 그 위에 앉은 동물,

하늘다람쥐였다.

애게, 그 유명한 월현학파의 태두 송랑자가 저 동물이었단 말인가?

그렇다.

송랑자는 하늘다람쥐였다.

송랑자는 작은 몸집에 나이들어 윤기없는 털은 푸석거리고 큰 눈은

마른 눈물이 말라 눈꼽이 되어 달라붙어있었다.

갖은 동물들에 둘러 싸인데다 판관이 다그치니 작은 몸에

주눅이 들고 위축되어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저 어쩔줄 몰라 낑낑거리고 진땀만 빼고 있는 그를

제자들은 안타깝게 보았고

구경차 온 동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재판은 어찌어찌 끝났다.

​

달포 가량 지난 후 사건은 우습게 종결되었다.

멧토 과부가 송랑자의 고매한 인격과 청정한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좋아하게 되어 자신을 그에게 맡기려 했지만

송랑자는 거들떠보지 않을 뿐만아니라 손톱조차 들어가지 않아

야속하고 미워지는 마음에 무고히 고발한 것이었다.

사건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들이

늑대판관을 초대하여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술잔이 몇 순배 이어지자 제자들은 자신들의 스승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옆동물에게 뒤질세라 다투어 입밖에 냈다.

그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