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것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거칠 데 없는 동지 섣달 설한북풍이 산을 넘고 골짝지나

작은 시내와 큰 강을 건너 듯 숲속 구석까지 퍼져갔다.

송랑자(솔방울 씨)가 집안일을 해주는 사십대 멧토(산토끼)과부를

겁간했다는 것이다.

숲속나라는 개국한 지 한 세기 가까이 되어

바야흐로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건국초기 무력일변도의 일 세대들은 떠나가고 그들 이 삼대 후손들이

임금을 제대로 보필하여 상하무원의 일찌기 보지 못했든

평안한 나라의 면모를 갖추었다.

하늘까지 도와 우순풍조하여 년년풍풍 허락하니

곡간마다 먹을 것으로 꽉꽉채워 넘치게 되었다.

인심은 곡간에서 난다고 했던가?

농삿꾼이 밭에다 삽 괭이를 놓아 두어도 손대는 이 없었다.

어쩌다 처녀가 밤길을 혼자 걸어도 염려나 두려울 게 없었다.

모든 백성이 자기 것으로 족하게 여기고 남 것을 탐하지 않으니

관헌들은 할 일이 없었다.

어쩌다 길 잃은 아이 집찾아 주거나 허리꼬부라진 노인

바깥 출입에 지팡이 노릇하는 게 전부였다.

이런 시대에 송랑자가 젊은 과부를 겁간했다 하니 사건의 진위야

어찌되었건 일파만파 이 소문으로 온 숲속이 술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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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랑자가 누구인가?

명석한 두뇌에 학문을 즐겨 어려서부터 이에 진력하므로

이십 채 안된 젊은 나이에 동서고금에 통달하였다.

나라 안 구석구석 그의 명성은 자자하여 모르는 이가 없었다.

나라가 불러 쓰려했지만 모든 관직을 거절하고 외곬으로

학문의 길 만을 걸어 이내 한 학통을 세우게 되었다.

불혹의 사십이 안 된 나이였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모든 사상이나 종교를 한 틀 속에 아우르고

그것들이 지닌 특색과 골자를 제대로 살려 체계화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송랑(솔방울)사상이라고들 했다.

솔방울에 촘촘히 박힌 솔씨처럼 온갖 사상들을 체계적으로

모양좋게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결과로 숱한 인재들이 그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조정의 위 아래 관료들 대부분이 그의 제자들로

채워져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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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랑자는 말년에 고향 *용화리로 내려왔다.

*달고개에 깔끔한 정자를 한 채 지어 찾아오는

제자들이나 손님을 맞았다.

달고개, 여기서의 월현(月峴)이 학파의 이름이 되었다.

따라서 그는 월현학파의 태두가 된 것이다.

용화리에는 조상적부터 전해지는 초가가 한 채 있었다.

쓰러져 가는 그 초가를 비 새지 않을 정도 수리하여 기거했다.

제자들이 너무 궁색해 보여 좋은 집을 지어 살게 하려 했지만

한사코 만류했다.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인 걸 죽을 날 가까운 나이에

무슨 호사로 좋은 집에서 살겠는가 라는 말을 했다.

부친이 이집에서 살았고 조부가 이집에서 살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