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안으로 바라보며 시기에 질투하는 동물이있었다.

고라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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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달리기 경기에서 매 번 2등만 했다.

분명 자신이 형님 노루만은 못해도 토끼녀석 보다는

빠른 것 같은 데 심판이 2등이라 하니 불만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심판 뿐만아니라 구경하는 동물들도 토끼가 먼저 경승선을

통과했다는 것이었다.

고라니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토끼에 비하여 큰 몸집과 긴 목은 토기보다 앞서 결승선에 닿기는 했다.

그러나 어쩌랴.

동물들의 달리기 경기규칙은 도달이 아닌 통과를 가지고 우승을 가렸다.

매번 몸둥이는 고라니가 토끼보다 빨랐으나 통과는 간발의 차로

토끼가 먼저 하는 것이었다.

어떤 동물이 말했다.

고라니가 2등만 하게 되는 건 꼬리때문이라고,

원래 고라니는 꼬리가 길었다.

어찌나 긴 지 여우꼬리보다 길었다.

이 긴 꼬리에 달릴 때면 힘이 들어가 ㅡ자로 빳빳이 뒤로 뻗으니

짧은 꼬리의 토끼에 비하여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달리기경기에서 2등을 하고 집에 돌아 온 고라니는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이란 어떻게 하면 달리기경기에서 토끼를 제치고

자신이 일등을 할 수있느냐 였다.

몇날 며칠을 자고 먹는 것 전폐한 채 생각에 생각을 하고

고민에 고민을 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했다.

문제는 긴 꼬리였고, 방법이 있다면 긴 꼬리를 자르는 것이었다.

그래, 꼬리를 잘라 버리자.

달리기에서 일등만 한다면 뭣을 못하랴.

고라니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

윗도랑 가재의원을 찾아갔다.

인근에서는 가재의원의 명성이 자자했다.

가재의원이 누군가?

"줄무의 옷 호랑이"에서 거지반 죽게 된 호랑이를 살려 완치시키고

"아야 아야 아이야"에서 중상을 입은 대웅이 영감님도 쾌차시킨 명의가 아닌가!

결심이 흔들릴까 봐 고라니는 주저하지 않고 병원문을 열고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지독한 구두쇠 노랭이 가재의원은 보조해주는 간호사 하나 없이

혼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병원건물 구조자체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역한 소독약품 냄새로 차 있고

청소까지 제대로 하지 않아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먼지가 쌓일대로 쌓여있었다.

가재는 고라니에게 불편한 곳이 어디냐 물었다.

고라니는 대답 대신에 고개만 두 세 번 가로저었다.

가재는 약간 찡그리는 얼굴로 그럼 왜 병원문을 열었느냐고 물었다.

고라니는 꼬리를 자르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꼬리를 자를 수 있으며 잘라도 살아가는 데 괜찮겠느냐 물었다.

가재는 왜 꼬리를 자르려느냐 는 말을 묻지 않았다.

다만 자르는 건 어렵지 않고 생활에 따르는 문제도 없을 것이라 했다.

수술은 간단했다.

과도한 출혈을 막으려 고무줄로 꼬리밑둥을 단단히 동여매고

예리한 큰 가위로 썩둑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