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을 대리고 나왔습니다.
너무 울안에만 쳐 박혀 있으니 답답함을 어쩌지 못하고 반항하듯이
뛰쳐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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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슨 큰 재미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맨 날 방콕 하여 있으니 멋쩍게 지나가는 사람보고 소란스럽게 짖던 견이 산 짐승이라도 쫓고 나면 녀석들이 나 만큼은 못해도 조그만 흥분이 일어나 우울했던 기분이라도 풀릴 것 같기에 핑계 삼아 같이 산으로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세 녀석과 같이 했습니다.
삼년을 넘긴 수컷 한 녀석과 2년을 넘긴 동배 수컷 두 마리.
사실은 남의 집에서 일 년여를 보내며 물어빵 교육을 받고서 다시 우리 집으로 합류한 녀석과 그녀석의 형 그리고 이들의 애비 이렇게 삼부자입니다.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 봤을까.
첫 대면부터 이 녀석들은 서로 이빨을 까기 시작했습니다.
안면이 익어가기 시작하니 두어 달이 지나갔고, 낯가림이 끝나고 같이 산행을 몇 번 하고 나니 친숙해 지기 시작합니다.
물어빵 녀석,
지 애비의 등을 타고 누르려 합니다.
몇 번이고 저 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장사인 제 형의 등도 타려합니다.
애비여서 참는지, 형이래서 봐 주는지 알 수 없어도 가볍게 응그리면 내려오고
어쨌든 내가 보기에
좀 아니다 싶어서 나무래 보기도 합니다만,
개들의 언어는 다른가 싶기도 해서 내버려 두었습니다.
물어빵은 전형적인 뒷개로 변했고,
그 녀석의 형은 애비 따라서 수색도 나가고 이리 저리 분주하기만 한데 물어빵 녀석은 내 주위를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눈치는 빨라서 느낌이 오면 죽어라 달려 나갑니다만,
애비가 발품 팔아서 열심히 찾아 놓으면, 제 공인 양 의기양양해서 뒤쫓아 나가고 멧을 걸어 놓으면 몰상식하게 뛰어들어 멧을 멀리 쫓아 버리거나 뛰는 멧에게 더 멀리 가도록 심하게 짖어대며 훼방 놓는 행위 질을 해대는 것 같습니다.
별반 주인에게 큰 귀여움 따위는 사양하지만,
그래도 주인에게 눈도장이라도 한 번 찍을라치면 주인 옆을 내 주지 않는 녀석. 신경질적으로 응얼대 보지만, 눈썹하나 흔들리지 않고 의젓하게 주인의 옆을 사수하는 거북스럽고 방자한 녀석.
가득이나 언짢은 데.
주인마저 항상 녀석을 감싸으며 스킨 쉽도 자주하는 것 같고
때로는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괜스레 우울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산골아래.
넓은 갈대숲이 펼쳐집니다.
묵밭은 온통 갈대가 피어있고 거의 사람의 키만큼 자라서 덥혀있습니다.
멧은 흔적이 없고 숨어 있다면 고라니 밖에 없을 것 같기에 무관심 하게 지나오려는데 녀석들이 모두 갈대숲으로 사라집니다.
고라니를 잡았나 싶습니다.
녀석들을 놔두고 그냥 혼자 숲으로 들어갑니다.
한 참을 가다 뒤 돌아 보고 휘파람을 불어도 놈들은 오지 않고 갈대밭 쪽에서 짐승소리만 들려옵니다.
기다리다 못해 오던 길을 되돌아가 갈대밭으로 들어갑니다.
두 녀석이 올라서 있고 한 놈이 엎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짐승소리는 고라니 소리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차, 놈들이 공격하고 있구나! 내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서 애비 녀석과 형이라는 놈이 무는 것을 멈추고 도망칩니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 눈 앞에서 싸우는 일은 없습니다.
보이는 곳에서 싸우다가는 반은 죽음이어서 이런 갈대밭을 택했나 봅니다.
짖지도 못하게 보호복 위쪽 목대를 물어서 소리가 그렇게 이상하게 들렸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참다. 참다. 못 참으면 견들도 이러는데.
녀석이 한 짓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 해도 정말 이렇게 깜찍하게 속아 넘아 갈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번 맞 붙어보고 싶은 어느 분이 떠오르지는 안나요. 얄밉게 생각나는 미운 사람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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