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전북 익산지역의 가축 살처분 범위가 당초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되면서 살처분이 본격화한 1일 오후.

AI 최초 발생지역인 함열읍 삼매리 두라마을 일대 도로에는 희뿌연 소독약품이 뿌려져 있고 ’긴급 가축질병 방역출입금지’란 팻말을 붙인 방역당국의 차량이 통행을 막고 있었다.

▲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가축 살처분 범위가 당초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되면서 대대적인 방역활동이 벌어진 1일 AI 최초 발생지인 전북 익산시 함열읍 석매리 두라마을에서 한 주민이 개들에게 식사를 주고 있다. 이 개들은 조만간 살처분될 예정이다. /연합

마스크와 장화 등 방역복을 착용한 방역당국 직원 10여명과 방역차량 1대만이 보일 뿐 마을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다 쌀쌀한 초겨울의 날씨까지 더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농림부가 전날부터 AI에 따른 단계별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 살처분 면적을 30여배 확대한 뒤 본격적인 살처분을 시작함에 따라 익산시는 방역과 살처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범위 확대로 2차 살처분 대상 가축도 애초 5농가 5천여 마리에서 40곳 76만여 마리로 늘었다.

땅에 묻는 대상은 발생 농장 반경 3㎞ 안에 있는 개, 고양이, 가금류 등으로 주인이 없거나 묶어 놓지 않은 가축들이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개까지 살처분한다는 소식에 당혹스러워 했다.

주민 윤정자(58.여)씨는 “바깥에서는 AI다 뭐다 난리지만 주민 대부분이 무슨 병인지도 잘 모른다”며 “개들을 묶어 놓고 키우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는데 개까지 땅에 묻는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병원균 전파성 동물인 개와 고양이 등이 살처분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접한 주민 정상권(50)씨는 “닭과 개는 천지 차이인데 당국이 멀쩡한 짐승들을 살처분 하려고 한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흥분했다.

일부 주민은 언론의 선정적이고 ’경마중계식’인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주민 김모(48)씨는 “언론이 AI를 매우 위험한 것처럼 확대과장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선의의 농가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며 “언론은 AI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며 일부 언론의 살처분 보도에 대한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