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갑니다.
빛바랜 녹음은 때로는 장엄하게 산을 바꿔가며 시절의 귀퉁이를 돌아서
쓸쓸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하나 둘씩 붉은 잎을 날리고 있습니다.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가을이 갑니다.
티 없이 높은 하늘이 너무 고와서 살며시 지나치려는 가을이 너무 미워집니다.
단풍은 어느 새 거리를 황량하게 만들고 마지막 화장을 마치고 마음속으로 이별의 시간을 알리는 것만 같습니다.
고통스럽던 하루해가 그렇게 길어 보여도
세월이라는 것이 시절의 큰 바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이토록 빨리 돌아가는 줄은 까마득히 잊고 살았나 봅니다.
시절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산으로 갑니다.
항상 산을 좋아하는 견들과 고락을 함께 해야 하는 별난 취미를 가진 십이지신의 태생이 나란히 숲길에 들어섭니다.
견들은 거의 서로 친구일 뿐
오늘 같이 산행 하는 견들은 모두 생년월일이 서로 다르고 핏줄이 다 다른 녀석들. 적게는 10개월부터 많게는 40개월까지 암수가 다르게 모두7마리를 대리고 대식구가 산행을 나왔습니다.
제일 나이가 많은 놈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맨 앞에 서서 무리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크기가 비슷한 무리 중에 한 두 마리쯤은 항상 코와 귀와 느낌으로
남다른 행동을 하여 무리를 끌어 모으고 꼭 찾고자 하는 목적물을 찾아 모두가 한마음을 가지게 하여 주는 좋은 놈이 따로 있습니다.
보호 복을 입힌 놈
만능은 아니지만, 가진 무기는 모두 쓸 줄 알고 페어플레이는 아예 모르는 말씀 온갖 꽁수도 다 쓸 줄 알고 심한 녀석은 때로는 아군도 적으로 오인하기도 한답니다.
능선을 넘어 갈림길
모두를 회수하여 갈 길을 정하는 곳입니다.
휘파람을 불고 피를 불고 끌어 모으는데 일 년짜리 녀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십 분이 지나도 이십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견들조차 초초해 집니다.
거의 삼십분 가까워질 무렵에 수풀 우거진 곳에서 슬며시 합류하려 합니다.
우두머리 녀석이 녀석을 발견하고 달려갑니다.
그러자 모두가 그 녀석을 향하여 돌진합니다. 대항군이 나타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심하게 붙잡고 물어대며 그 녀석을 응징하기 시작합니다.
녀석들은 나의 행동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마치 사람이 된 것처럼 왜 휘파람을 불고 피리를 불러대도 빨리 되돌아오지 않고 기다리게 하였느냐는 것처럼 그렇게 응징하고 있습니다.
싹수는 있어도 말리지 않으면 후회될 것 같아 녀석들을 떼어 놓고 당한 녀석의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어 줍니다.
이 녀석처럼
애태우던 소망이 한순간에 시시한 이야기로 변하고 먼 기다림이 허탈해지는 가하면 한 달 한 달 일 년 이년 이렇게 가르치며 기다리는 맛 또한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나부터 녀석들에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 같아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산에 올라 녀석들이 컹컹 짖어대고
멧이 “욱 욱” 소리를 질러대면 그 소리만 듣고도 멧의 몸무게를 짐작하며 어느 녀석이 도망가는 멧을 따라가 세울 것인가 생각해 보고 이번에는 햇개도 멧에게 입질을 할 것인가? 어느 녀석이 상처를 입을 것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은 삼백 근이 넘어가는 멧도
이상하리만큼 예민하여 녀석들만 보면 냅다 튑니다. 다량의 군사들을 동원하는 것보다 어쩌면 조그만 발발이 한 마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고픈 시절에 얄팍하게 했던 일면이라 박진감과 긴장이 너무 쉽게 풀려 흥미가 없지만, 잡고 보자는 요즘 급한 성격의 일부 사람들에게는 맞을 사냥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회 : 1,645 
추천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