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면 조만간 제 방에 걸어놓을 계획입니다. 사냥문화가 개인의 일상속에서 대단히 활성화된 구미문화권과는 달리 아시아 유교문화권에서는 서구에 비해 수렵문화가 상당히 침체된게 현실이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이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우리의 수렵역사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자료와 역사적 사료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당연지사 개인소장품 역시 거의 남아있지 않고 때로는 자랑스런 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귀중한 자료마저 후손 스스로에 의해 파기되는 슬픈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것은 이러한 사례는 비단 수렵뿐만 아니라 전체역사를 다루는 사료적 측면에서도 그 양자간 차이가 뚜렷이 대별되는데 결국 서양의 물질문명과 현실중시적 사고와 동양의 정신문화 중시사상의 차이에 그 근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양진영의 정신문화적 측면에 기반하여 실로 여러가지 다양한 역사적, 철학적 관점으로 그 원인을 대별해 볼 수 있겠는데 일례를 들면 근대무기의 큰 획을 긋는 화약이 동양권에서 발명되었으나 그 중흥에 따른 과실은 서구에서 취했고 이후 이 작은 출발점의 차이가 종국에 이르러 세계사를 바꾸었고 오늘날의 아시아와 유럽의 문명역전에 이르렀듯이 우리의 수렵문화 역시 이제는 지금과 같은 수세적인 견지에서 벗어나 좀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 사료됩니다.
개인적으로 내 방안에 이런 진취적이고 고풍스럽기까지 한 물건이 있다면 옛 선조무인들의 기상과 웅혼한 분위기가 물씬 배어날 것 같은 기분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항상 만지고 당겨보며 즐길 수 있다면 마음이 지금보다는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로워 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의 보편적 정서에 있어서 이러한 생각은 어느정도 저항감을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니 이 또한 위에서 지적한 내용과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고래로부터 수렵은 전쟁의 의미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생각해 본다면 전래의 전통에 비추어 대단히 빈약한 사료부족의 문제는 사실 우리의 수렵문화 자체만의 문제는 결코 아닌 것입니다.즉 수렵문화에 대한 사료부족을 언급하기앞서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더라도 서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릇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 전쟁사 부분은 대단히 중요하며 전쟁사를 빼어놓고서는 아예 역사자체를 다룰 수도 없을뿐더러 이해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예로들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면 동양에서 수천년간 내려온 유교의 반전적, 평화주의적 태도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오늘날 잘 정리되고 체계화되어 수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서구의 전쟁사 (사실 오늘날 활발히 다뤄지는 전쟁사는 대부분 서구의 역사학자에 의해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료라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임)와는 달리 고대 동양인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에서의 사서에서 전쟁기록과 전투 진행장면에 대한 전개와 자세한 서술을 남기지 않았던 이유는 서양인들과는 전혀 다른 전쟁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는 결과적으로 강력한 침입자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전쟁영웅을 바라되 이러한 전쟁영웅을 범죄시하는 이중적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상호 대치와 살상을 연출하는 전투장면에 대한 묘사 즉, 각 연대별 주요전투 및 작전전개에 따른 허와 실을 담은 상세한 사료를 서술하여 남기는 노력에는 대단히 인색한 반면 한자로 기술한 사서 특유의 문학적이기까지 한 유려한 문장으로 오로지 해당 사건이 있기까지의 전후 정치적 명분과 사상철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기술한 동양의 사서에서 극명히 드러나듯이 양대문명의 역사기록인식의 차이에 그 근간이 있다 할 것입니다.
이러한 동서차이의 극치가 바로 서구의 대표격 군사전략서라 일컬어지는 클라우제비츠의『전쟁론』즉,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가 2,500년간의 전쟁사를 연구하여 1832년 완성한 군사전략서와 이보다 훨씬 앞서 세계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사전략서라는 손무의 손자병법으로 대별되어지는데 상대방을 무력으로 제압하여 이기는 방법을 서술하는 전략서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통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라고 할 만큼 반전주의적 내용으로 채워진 손자병법에서 알 수 있듯이 동양철학사상은 전쟁자체를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기위한 도구로써의 필요악 정도로 본 것에서 그 철학적 , 사상적 근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우리의 수렵을 바라보는 역사적 인식과 사료부족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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