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컬렉션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몇년전 촌수가 대단히 가까운 집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 버리려던걸 할머니의 손때가 묻은 유품이라 제가 가져와서 보관중인 재봉틀입니다.
할머니는 대단히 고집이 세고 괴팍하며 옛날 사람답게 며느리(이분이 진정한 촌수의 할머니에 해당, 사실 이 재봉틀의 할머니는 증조할머니에 해당하는 분) 시집살이도 호되게 시킨 분이시기도 했지만 살아 생전에 저를 볼적마다 지폐를 주시면서 토끼야 라고 부르며 대단히 귀여워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물이 집안에 굴러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정기적으로 쓸모없는 각종 잡다한 물건들을 무차별 내다 버리는 편인데 덕분에 주변에 사는 고물장수들은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물건은 이러한 습성에 비추어 실로 예외적으로 제 손에 들어와 보관중인 물건이 됐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는건지도 모르고 오늘 사진을 찍기위해 처음으로 뚜껑을 열어봤는데 바늘주머니와 기름치게까지 그대로들어있군요. 할머니의 생전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듯 합니다.
뚜껑에 선명하게 브라더란 상표가 적혀있고 보아하니 제 나이보다도 나이를 더 먹은것 같습니다.
예. 맞습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노른자위 비싼 땅을 많이 갖고 계신 재산가 이셨습니다. ^^
집안에 수많은 제기와 접시,그릇들도 아주 비싸고 좋은것들만 쓰셨고 싸구려는 아예 들이지를 않으셨습니다.
그런데도 이 재봉틀이 말해주는바와 같이 당신께서는 개인적으로는 엄청 근검절약하며 사셨고 고기반찬이나 비린 음식은 식구들 모두에게 엄격히 제한하셨는데 그땜에 외부인들이 보는것과는 달리 후손들이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거랑 같은 메이커의 검은색 재봉틀을 저의 엄니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여름옷은 해마다 직접 지어서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안즌뱅이가 불편 하시다며 잘 안쓰시길래 며느리가(제 마눌) 전동재봉틀을 선물 했는데....새것이라 아까워 못쓰시겠다며 궂이 발재봉틀을 구해서 쓰십니다. 한데 발재봉틀도 어지간히 오래된 물건이라 북실통 윗부분의 칼퀴 같은게 마모돼서 실을 못물어 주길래 저 안즌뱅이 재봉틀을 윗쪽에다 설치하는 개조 작업을 했으나 벨트풀리의 하단에 벨트가 지나갈 공간이 없어서.....결론은 그라인더를 가지고 설치다 망쳤습니다.....그래서 엄니께 뒤지게 혼났습니다....정말 뒤지는줄 알았습니다.....그리고 결국은 큰며느리가 사다준 전동재봉틀을 쓰십니다.....고희를 내다보는 이순이 지난 연세에도 돋보기만 있으면 바늘에 실을 단번에 끼십니다.....수십년간 우리집 의복과 침구류 등의 수선을 도왔던 가보....제가 망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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